취업 대신 전문직 시험에 올인한 구직자들, 연이은 불합격에 ‘멘붕’

입력 2024-03-07 11:43   수정 2024-03-07 11:44



최근 구직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전문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이른바 ‘전문직 고시’가 인기다. 경기불황으로 기업채용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정년없고 안정적인 전문직에 응시생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취업의 도피처로 고시 공부를 선택한 경우, 고난이도의 공부와 합격까지의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취업 문이 좁아진 건 사실이지만, 취업의 대안으로 고시를 선택하는 것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본인에게 맞는지 확인해야
지난해 공인 회계사 시험(CPA)의 지원자 수는 16,914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출원자도 17,36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송회헌(CPA 시험준비반) 관계자는 고시반의 입실 경쟁률을 묻는 말에 "자세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고시반 경쟁률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년 늘어나는 고시반 인원과는 달리 합격자 수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인원이 내년을 기약하거나 포기한다.

2022년도에 공인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던 A씨는 "내 스스로가 일상을 중요시하는 것을 시험 준비를 하며 깨달았다.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제외하고 공부만 해야 가능성 있는 시험이라는 걸 느끼고, 취업 준비로 돌아왔다"고 말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하는 시험인 만큼 가벼운 마음가짐으로는 이뤄낼 수 없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기에 앞서 전문직이 정말 원하는 직업인지, 자신과 맞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속된 불합격, 그 이후의 삶
오랜 시험 준비와 연속된 불합격은 스스로를 나락에 빠트리기도 한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연속해서 불합격 한 B씨는 "잘할 자신도 없고, 너무 두렵다. 고시 공부가 안 맞는 것 같아 동기부여도 안 되고 너무 지겹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시험 압박과 계속된 스트레스로 결국 우울증 증세까지 보여 시험을 포기하고 정신과 치료를 선택했다. 1차 시험에 통과해도 2차 시험을 2년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시험의 특성상 스트레스를 피하기 힘들고, 심한 경우 B 씨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고시생들 중 이미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취업을 준비하기에는 늦었고, 고시밖에 남은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사례도 있다. 5년 간 두 번의 회계사 시험 최종 탈락한 C씨는 작년 8월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오랜 기간 고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인턴이나 자격증과 같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준비한 공인회계사 시험공부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의 회계/재무 분야에 지원했고, 취업에 성공했다.

C씨는 "회계사를 준비한 경험과 시간을 잘 살려 본인을 어필한다면 충분히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정빈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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